성장하는 회사 속에서 개발 커뮤니티 발전의 필요성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2022년의 절반이 지나가는 6월, 이번에 선정된 책은 상대적으로 코드를 볼 일이 없다 보니 빠르게 읽고 리뷰를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안그래도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출간되기 전부터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Developer Relations” 책이 홍보가 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책이 선정된 덕택에 읽고 리뷰를 남길 기회가 주어졌다.
책의 내용은 “개발자 커뮤니티”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포지션인 Developer Relation에 대한 얘기로, 지난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파이콘,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 삼성 소스콘, 네이버 Deview 등 굵직한 개발자 행사들을 개최하고 운영하는 것 / 그리고 여러 개발자 커뮤니티와 꾸준히 관계를 맺으면서 건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설명된다.
개인적으로 이 포지션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나는 2020년 1월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에서 “고카톤” 이라는 고려대학교 해커톤을 개최했고, 이 해커톤 개최를 위해 2019년 8월 부터 친구들과 함께 부지런히 준비했으니, 대략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로 했다.
옛날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편은 아니라서, 이런 행사를 운영했던 것을 잠깐 잊고 살았는데, 이 때 고카톤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에서 대략 1000 만원, 그리고 기업들로부터 대략 300만원 정도 후원 받기 위해 엄청나게 고군분투 했었다.
학교에서 하는 행사인 만큼, 장소나 금전적인 지원이 학교로 부터 안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해커톤 운영을 위해 현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멘토”들을 안 불러 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행사장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락과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 때의 경험이 어찌보면 DevRel 포지션이 하는 업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을텐데, 이 때는 이 단어가 커뮤니티나 기업 포지션으로 잘 안알려져 있다 보니, 알아볼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오늘날의 개발자가 커뮤니티와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상태에서 개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업무에 도입하고자 하는 오픈 소스 라이프러리 또는 플랫폼이 있다면 분명 해당 오픈 소스를 도입하기 전에 오픈 소스를 릴리즈하고 운영하는 당사자들이 개발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Bug Fix와 버전 업데이트는 주기적으로 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게 될 것이고, 컨트리뷰터들이 발견한 버그를 빈번하게 PR하고 있는지 등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Flyte라는 ML Workflow Orchestration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커뮤니티 대응이 조금만 더 적극적이고 버그를 주기적으로 고치고 릴리즈했으면 덜 고생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그 만큼 커뮤니티의 역할을 지대하고, 만약 회사가 오픈소스를 직접적으로 만들어서 배포하는 당사자들이라면 충분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DevRel 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위한 투자라고까지 생각된다.
내가 전에 있던 회사의 시니어 개발자 분들은 소위 “아키텍처만 이해하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탑티어 개발자였다.
얼마 안 있고 퇴사하긴 했지만, 회사에서 쿠버네티스 도입에 대해 얘기할 때, “쿠버네티스, 도커 스웜” 등의 아키텍처를 2일 정도 익힌 뒤에 AWS Fargate와 ECS(Elastic Container Service), Kafka만을 사용해 오케스트레이션을 해주는 부분만 한 달만에 만들어 내서 회사에서 사용했다.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이 분들도 첫 커리어를 시작할 때, 본인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지는 못했고, 커뮤니티나 선배들로부터 물어보고 시작했던 것들이 많았다는 얘기들을 했었다.
결국 지식이라는 것은 누군가 깨닫고 영감을 얻은 것이 정리된 것으로부터 전파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커뮤니티라는 것이 누군가의 영리적인 목적으로 홍보의 장이 되면 안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서로 도움을 받고 지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한 것인데, 누군가의 영리 목적의 글들은 단방향 소통이자, 커뮤니티 발전에는 거의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DevRel이라는 포지션은 마케팅 + 개발자 HR 포지션이 겹쳐진 형태의 일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의 많은 유니콘 업체들에서는 위챗이나 바이두처럼 이미 크게 성공해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 커뮤니티를 항상 별도로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꽤나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해서 비즈 니스 영역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이 커뮤니티에서 물어보면 되는데, 또 커뮤니티가 필요해?”, “그거 만들면 리소스만 많이 소요되고, 얻는 건 적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커뮤니티가 건재하다는 것은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절대 커뮤니티를 만들기만 하고 잘 운영될 것이란 생각을 하면 안된다.
커뮤니티 관리자의 지속적인 운영과 관리가 건전한 커뮤니티에 컨트리뷰션한 것이 생태계를 더욱 확장시켜 나기기 때문이다.
이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면서, 바야흐로 개발자 컨퍼런스의 계절이다.
10월에 있을 파이콘에서 스피커로 참여하고 싶어서 회사 CTO님께 적극적으로 의견 피력 중인데, 이제 주니어 현업 개발자인만큼, 더 심도 있는 대화를 커뮤니티와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7월 책 리스트에는 무엇이 올라올까? 늘 다음 책을 기다리는 시기에는 선물을 뜯어보기 전의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기대가 된다.
Ryan